손가락 수술 한용유   말복 행사에 참여 후 돌아와 큰애와의 의견 상충(相衝)으로 이런 저런 불편한 심기(心機)에 골몰(汨沒)하든 중 집 현관문을 닫으면서 현관문에 오른 손가락이 창틈에 끼어 부상을 입었다.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 안쪽 끝 부위에 약 1.3 센티의 절창(切創)으로 출혈이 심했다. 아내로 하여금 가정용 상비약으로 소독을 하고 지혈을 시켰으나 불안해서 둘째에게 연락했더니 와서 보고 그냥두면 잘 붙지 않겠다고 병원에 가서 봉합을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마침 토요일 오후라 제가 근무하는 병원도 모두 퇴근을 했고 개인 병원도 문을 닫았으니 영대 병원 응급실로 함께 가자고 했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오후 6시 반이 지나고 있었다. 나는 그냥 간단하게 봉합만 하고 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혈압 등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검진하고 환자복으로 갈아입혀 응급실 병상에 눕혔다. 한참을 기다렸더니 나를 수수실로 옮겨갔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을 시키고 투명 덮개로 전신을 가린 후 몇 구비를 돌고 돌아 수술실로 들어갔다. 간호사 두 명이 수술기구를 비치하고 의사로 보이는 두 분이 수술복을 갈아입더니 나를 에워 샀다. 수술실 대형 조명등이 나를 내려 보며 겁을 주었다. 나는 평생 대형 수술실에 들어오기는 처음이다. 맹장수술로 간편한 수술실에서 수술을 받은 것뿐이다. 손가락 절창으로 집에서 처치해도 될 것을 이렇게 종합병원 대수술실까지 온 게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국소 마취로 봉합을 마치고 응급실 내 병상으로 돌아왔는데 냉방이 한기를 더하게 하고 오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4일후 치료 시 보니 다섯 바늘로 촘촘히 뀌매 있었다. 발사(拔絲) 할 줄 알았더니 1주일 후 다시 오라면서 약을 처방해주었다. 둘째에게 실밥을 뽑아도 될 건데 또 일주일을 미룬다고 불평을 했더니 원칙이 2주 일이니 그냥 병원 시키는 대로 하자고 했다. 시비를 걸 수도 없고 하는 대로 보고 있자니 부화 가 치밀어 올랐다. 진료비 가 약대 포함해서 모두 37만원이 들었다. 손가락 절창으로 이렇게 복잡하게 될 줄은 미처 생각 못했다. 그러나 이미 물독은 넘어 졌고 다시 담을 수 없으니 후회한들 마음 만 상할 거고 일수의 사나 움에 원망을 돌렸다.    그리고 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추억을 되새겼다.   큰 아버님(1887~1918)께서 내가 나기도 전에 작은 아버님 살림집 재목(材木)을 다듬다가 손에 상처를 입었는데 그것이 도져 31세의 젊은 나이에 돌아 가셨고 (死因)이 파상풍(破傷風) 감염이라 했다. 그리고 몇 년 전 집안 조카가 발치(拔齒)후 패혈증(敗血症)으로 급사를 했으며 황수관 의학 박사가 10여 년 전  67세의 나이에 급성 패혈증으로 급서(急逝)한 사실이 떠올랐다.   위와 같은 사실을 비처 볼 때 어디 까지나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고쳐먹으니 착잡한 마음이 숙어졌다. 자만(自慢)과 방심(放心)이 금물임을 느꼈다. 특히 황 박사는 저명(著名)한 건강멘토 인데 자만(自慢)으로 인한 불행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내 어릴 때 생각이 떠올랐다. 손발에 상처가 나면 보드라운 흙을 뿌려 지혈을 시켰고 소독 안 된 면 조각으로 감아 그냥 두었던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다 평균수명이 40세 때 일이다. 그리고 동네 의원의 편의함을 절감했다. 도보로 5분 거리에 정형욋과 전문의원이 있는데 마침 토요일 오후라 휴진으로 이런 불편을 겪게 되어 동네의원의 필요와 편의를 새삼 느끼게 했다. 그리고 모든 사고는 정신적인 혼미(昏迷)에서 온다는 걸 절감했다. 이제 나이도 있고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산책을 할 때 조심을 해야겠고 파(巴)곡(谷) 일가가 선물한 지팡이를 이용해야 갰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년 8월 18일  에세이스트 愚聾